유럽의 신항로 개척으로 이동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. 의도하였든, 의도하지 않았든 수많은 것들이 사람과 함께 바다를 건넜다. 신항로를 따라 바다를 건넌 것들은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켰다.
아프리카인을 아메리카의 노예로 만든 사탕수수
인도가 원산지로 알려진 사탕수수는 1515세기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전파한 농작물이다. 인도인 줄 알고 찾아간 아메리카에 후추가 없자, 콜럼버스는 후추 못지않은 수입을 얻기 위해 사탕수수를 도입하였다. 당시 유럽에서는 설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, 사탕수수 재배와 설탕 제조에는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그 가격이 매우 비싸게 형성되어 있었다. 그래서 유럽인은 아프리카 노예의 노동력으로 아메리카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고,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. 그러나 아메리카의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은 단일 품종 재배라는 왜곡된 산업 구조를 형성하였고, 설탕을 만들기 위한 연료용 목재의 남벌은 환경 파괴의 주원인이 되었다.
아메리카 원주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전염병
유럽의 신항로 개척으로 원거리의 인구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전염병도 같이 빈번하게 옮겨 다니며 대규모로 유행하게 되었다.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지역으로 옮긴 병균은 그 병균에 면역 체계가 없었던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.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유입된 천연두가 대표적인 사례였다. 그 밖에 홍역, 볼거리, 장티푸스, 인플루엔자, 디프테리아, 성홍열 등의 전염병 때문에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의 약 90% 가까이 사망하였다.
유럽인과 중국인을 굶주림을 구해 준 감자와 고구마
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감자와 고구마는 매우 중요한 구황 작물로 인구 증가에 크게 이바지하였다. 중국에 전해진 고구마는 버려두었던 언덕의 땅을 이용한 재배가 가능하여 빠르게 확산하였다. 중국 인구가 18~19세기에 세계 인구의 25%를 차지할 정도로 급격히 증가한 것은 고구마와 같은 새로운 작물 때문이었다. 유럽에 전해진 감자는 추위에 강하고 거친 땅에서도 잘 자랄 뿐만 아니라 영양도 풍부한 장점이 알려지면서 기근이 자주 일어난 18세기 이후 가난한 자의 빵이라 불리면서 널리 재배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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